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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트래킹/밭담길 걷기

정감이 감도는 평대리 감수굴 밭담길을 걸으며..

제주의 밭담은 2014년 FAO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믄 농업방식이다

제주연구원에서는 제주밭담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하여 농촌의 문화,환경을 체험하고 지역 홍보와 6차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밭담길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구좌읍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에 이어 2번째 밭담 투어를 해본다.


진빌레 밭담길 체험담 보러가기


평대리는 최근에 해안도로변에 유명맛집과 커피숍이 많아지면서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번잡함과 상업주의에 물들어 인간다움이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정감이 도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감수굴 밭담길을 걸으며 그 정감을 몸소 느껴보기로 하겠다.

소요시간은 30분으로 다소 짧지만 주변 맛집에서 식사하고 산책 삼아 천천히 걸으면 좋을것 같다.


마을 안길에도 밭작물이 파릇하다.

평대리는 주로 당근과 무우를 많이 재배한다.


밭담 틈새로 밭일하는 아낙들이 보인다.

밭담은 서로 꽉 물려있으면서도 이와같은 틈새공간으로 인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최근 시집을 하나 선물받았는데 그 시집속에 제주돌담이란 시가 있다.

돌담의 특징을 시적 운율로 표현해 준 시이다.


         제주 돌담

.                       /시인 오시열


온몸에 구멍 숭숭 내 놓고도

제 살 눌려 찢기면서도

비비고 껴안는

바람 비켜갈 자리 마련해 놓는....


스님? 처럼 보이지만 이 지역 지도자 분이시다.

평대리는 농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주민의 주도로 시행하는 상향식 사업이다.

그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추진위원장님이시다.

위원장님께서 이 지역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평대리 중동마을에는 혹할아버지좀좀할아버지가 사셨다.

두분 할아버지는 매일 같이 중동마을 어귀에 나와 계셨다.


동네를 시끄럽게 다니면 혹할아버지는 어김없이 발을 구르며 "혹"하고 소리쳤다.

아마도 새를 쫒을때 "훠이"와 같은 의미인듯..

그러면 좀좀할아버지는 "좀좀허라"라고 하신다.

"좀좀" "조용히"라는 제주어이다.


좀좀할아버지는 항상 동전을 여러개 주머니에 갖고 다니셨다.

동네의 어린이들이나 착한 학생들을 보면 동전을 하나씩 주시곤 하셨다고 한다.


두분 할아버지가 살아계신 동안은 이 동네에 술취해 떠드는 사람도 없고 싸움도 없었다고 한다.

위 사진의 집은 혹할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지금은 비어있다.

자녀분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는 하는데 왜 지금까지 빈집으로 남겨놨는지는 못물어봤다.


위원장님은 가끔 두분 할아버지 집에 막걸리 받아놓고 인사 드리러 갔었다는데 지금도 두분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고 한다.


올레의 원래 뜻은 집과 동네 큰길을 이어주는 집앞의 좁은 길을 말한다.

지금 보는 길이 진정한 의미의 올레이다.


제주의 돌은 밭담뿐만 아니라 집을 지을때도 사용하였다.

돌과 찰흙을 이용하여 지었는데 위에 보이는 집은 돌과 시멘트를 이용하여 지은 집인것 같다.


감수굴 밭담길은 바다보다는 마을안의 밭담길을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바다는 잠깐 스쳐지나고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본다.


걷다가 뒤들 돌아보니 스레트 집들이..

예전에는 전부 초가집이었을텐데...


이 곳이 감수굴이다.

조선 숙종 때 모래땅에서 샘물을 처음 발견하였다고 하는데..

물맛이 워낙 좋아 감수라 하였고 관혼상례시 정한수로 귀하게 쓰였다고 한다.


어느덧 감수굴 밭담길 투어는 끝나가고...

저 나무 있는 곳이 혹할아버지와 좀좀할아버지가 항상 머물던 곳이라 한다.

혹할아버지의 "혹"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요즘 평대리는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정말 많은 방문객이 찾아온다.

맛집마다 1~2시간 줄서는 것은 보통이고 커피숍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SNS에서 유명해진 맛집 탐방과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샷도 남길려고 많이 찾는것 같다.


가끔은 오늘처럼 정감이 감도는 마을 안길을 걸으며 사람 사는 시골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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