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트래킹/밭담길 걷기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을 걸으며 생각하는 밭담의 의미

제주 밭담에는 척박한 자연을 극복한 제주인의 지혜와 삶이 담겨져 있다.

제주도는 돌과 바람이 많아 농사를 짖기에 어려운 척박한 농업환경을 가졌다.

돌이 많은 자갈밭에는 씨를 뿌려 곡식을 수확하기 어려웠고 거센 바람은 귀한 흙을 바람으로 날려 버릴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기온을 떨어뜨려 작물이 냉해를 입기 쉬워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제주의 조상들은 이처럼 열악한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자갈밭의 돌을 거두어 밭담을 쌓아 흙의 유출을 막고 바람으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를 줄일려고 했다.


이와같은 제주의 농업방식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농업유산으로 인정하여 2013년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된데 이어 2014년에는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주관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밭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홍보함으로써 밭담을 보존하고 제주 농업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6차산업으로의 발전을 통해 농가소득 및 제주 경제에 기여하고자 2015년 제1회 제주밭담축제를 시작하여 금년이 3회째에 이르고 있다.


2017년에는 10월14~15일 주말 양일간 구좌읍 월정리 제주밭담테마공원에서 제3회 밭담축제가 열렸다.

밭담축제답게 제주 밭담과 관련된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불턱은 해안에 돌을 이용해 원형 모양으로 쌓아놓은 시설이다.

제주해녀들이 물질하러 들어가거나 나온 후에 옷도 갈아입고 모닥불을 피워 둘러앉아 추위도 피하며 이야기도 재미있게 나누곤 했던 곳이다.

지금도 제주 해안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해녀들이 사용했던 불턱을 자주 볼수 있다.

밭담공원 안에 만들어 둔 불턱 안에서 고구마를 구워서 방문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통시라고 하며 한마디로 변소이다.

제주 농촌에서는 옛날 돼지를 화장실에서 키웠다.

어릴적 시골에 있는 큰 집에 가면 통시에서 볼일을 봤던 적이 있는데 돼지가 볼일보는 바로 밑에까지 다가오면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어린이들이 밭담쌓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저 어린이들은 지금은 그냥 재미로 밭담을 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 밭담길을 혹시라도 걷게되면 어릴적 체험했던 일을 떠올리며 밭담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다.


나는 밭담트래킹을 하는게 오늘 이 곳에 온 목적이다.

밭담트래킹에 참가 신청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밭담트래킹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동고랑이라고 하는 차롱도시락을 하나씩 나눠준다.

도시락 안에는 제주감귤 하나와 오메기떡 하나 그리고 빙떡 2개가 들어있었다.

모두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은 약 2.5km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비교적 짧은 거리이지만 밭담길을 여유있게 slow walking하면서 해안과 어우러지는 밭담길의 경관이 제주의 풍취를 느끼게 할뿐 아니라 제주의 영농문화와 지질등의 현장교육의 장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제주밭담 캐릭터 "머들이네 가족"이다.

머들은 제주어로 "돌무더기"라는 뜻이다.


밭담공원에서 진빌레 전망대로 이동해 왔다.

"진빌레"는 지명 이름인데 여기서 "빌레"라 함은 "암반지대"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이 곳은 화산활동 당시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내리며 굳어 용암 암반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용암암반 위에 흙이 퇴적되어 쌓이면서 밭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지역은 암반 밑에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지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핵심 관리지역으로 보존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 진빌레 전망대 포토죤을 통해 바라본 제주 밭담 전경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밭담길이 시작된다.

표지판만 따라 다니면 쉽게 코스를 찾을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오늘 일기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아침에 실제 비가 내려서 트래킹에 참가할려고 계획했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고 지금은 비가 그친 상태이다.

제주도민도 있었고 관광객들도 꽤 많이 방문한 것 같다.


이 지역은 당근 농사를 많이 짖고 있다.

배수가 잘 되는데다가 사질토가 당근 농사하는데 아주 적합한 토질이라고 한다.

제주 동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당근이 전국의 70%를 차지한다고 하니 제주지역 경제에 감귤 못지 않게 아주 중요한 작물인 것 같다.


보기에 대충 쌓은 것처럼 보이지만 강력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돌끼리 상하좌우 서로 맞물려 있는데다가 돌과 돌 사이 공간이 바람의 위력을 감소 시킨다.


밭담을 쌓을려면 우선 돌을 깨야할 것이고 깬돌을 운반하여 차곡차곡 맞추면서 쌓아가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었을텐데... 

그래서 정교하지 못해 발생하는 빈 공간

그 공간을 통해 제주 조상들의 육제척 고통과 어려웠던 고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제주도는 물이 지하로 침투가 잘되지만 그래도 비가 많이 올 때에는 물이 낮은 곳으로 집수되어 흐르면서 농경지를 침수시켜  애써 지은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있다.

농경지로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배수로를 만드는 데에도 돌을 활용하였다.

 

예전에 땅에 대한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았을 때에는 밭에다가 묘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 묘에 가축이나 산짐승들의 접근을 막는데에도 돌을 이용해 산담을 쌓았다.


용도에 따라 밭담을 쌓는 형태도 다양하다.

보통 밭담은 외담을 주로 많이 쌓았지만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에 튼튼하게 잘 견디기 위해서는 겹담을 쌓기도 하였다.


해설자의 해설을 들으면서 제주의 밭문화와 아름다운 경관에 관심을 기울이며 천천히 걷고 있다.

비교적 질서 정연하고 표정들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

평소 일상에서 생기는 근심과 스트레스는 이 순간만큼은 모두 잊었으리라.


이제는 제주 밭담을 새롭게 재조명해 볼 때이다.

척박한 자연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조상들의 고통스런 노력과 지혜가 담겨진 소중한 농업유산이다.


굽이치는 검은 돌담의 길이가 만리나 될만큼 길고 높은 곳에서 보면 마치 흑룡이 꿈틀대며 움직이는 모습 같다고 해서 흑룡만리 밭담길이라고 한다.
이러한 엄청난 유산을 선조들은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최근 각종 개발로 인해 이런 유산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다.
자기 땅에 자기가 개발하겠다는데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홍보와 교육 그리고 브랜드 개발을 통해 밭담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게 밭담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연구원에서는 밭담의 가치 제고와 보존을 위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밭담길을 계속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빌레 밭담길에 이어 구좌읍 평대리에 감수굴 밭담길을 개통하였고 이후에도 지역별로 이와같은 밭담길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가 되고 그 길들을 꼭 한번 걸어볼 계획이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었는데 어느덧 밭담테마공원에 도착했다.

날씨가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걷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밭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던 유익한 Walking 이었다.


강봥옵써 카카오스토리 소식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