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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트래킹/오름오르기

봄인듯 따사로왔던 어느 초겨울날 송악산 둘레길에서..

송악산!

자신보다는 주변이 더 아름다운 산


그래서 사람들은

송악산 자체의 아름다움 보다는

그 안에 가면 볼수 있는 아름다움때문에

이 둘레길을 걷는지도 모른다.


오름 한가운데 누르스름하게

푸른 숲 사이를 뚫고 솟은 봉우리


저 곳이 해발 104m 되는 주봉이다.

주봉 주위에는 둘레 500m, 

깊이 80m 되는 분화구가 둘러싸고 있다.


바다만큼이나 파란 하늘

이런날 집에서 뒹글고 있으면 

평생 후회될지도 모른다.


봄인듯 착각할만큼 따사로왔던

12월초 어느날에 송악산 둘레길을 걷는다.


시작부터 느려질 수밖에 없는 걸음

아무 말이 없는듯 고요하지만

징그러울만치 다정스런 형제섬..


내가 이름지었다면

부부섬이라 지었을텐데...


항상 아름다운 것만 보는 너에게도

아픔이 있었구나!


일제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저항기지로 삼기위해 만들었던 진지동굴

송악산에는 60여개의 진지동굴이 있다고 한다.

지난날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말해준다.


잠시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잠수함도 바다속으로 가라앉을려고...


관광객들을 태운 잠수함이

잠수대를 향해 다가 서고 있다.


밝은 햇살이 물결 위에 내려앉아

모든 생명체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가늘게 뜬 눈으로 빛줄기를 바라보며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걷고 있다.


가끔은 뒤를 돌아보자.

산방산이 떡하니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내가 걸어왔던 길

그 길을 또 많은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다.


같은 길이지만

나와는 다른 생각 다른 느낌으로

걷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옳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저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두들 걸음이 가볍다.


모든 근심은  잠시 내려놓고 가만히

아무 생각에 잠기지도 말고 멍하니

마음을 비우고 그냥 그렇게 걷자.


송악산은 "절울이오름"이라고도 한다.

"절"은 파도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파도가 울어대는 아름다운 오름이다.


파도는 간절하게 벽을 넘고 싶었다.

그것은 너무나 절실했던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세찬 폭풍의 힘을 빌어 넘고 싶기도 했다.


검푸른 파도는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쳐

하얀 거품으로 잘게 부서지고 만다.


그리고는 파도소리만이 잔잔히 울려퍼진다.



분화구 안에서는 말 한마리가

한가로이 아무 생각없이 풀을 뜯고 있다.


송악산은 다른 화산들과는 달리

여러개의 봉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졌다.


99개의 작은 봉우리가 모여 생겼다고해서

일명 99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송악산 둘레길 남쪽에는 

한없이 넓은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넓디 넓은 바다를 바라다본다.


지구의 1/3 면적을 차지하는 태평양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는 점 하나에 불과하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그 차이가 티끌에도 못 미치는 것을

궂이 구분해서 무엇하랴


앞에 보이는 섬은 가파도

뒤에 보이는 섬은 마라도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데

뛰어내리면 닿을 것만 같은데


바다가 아니면 걸어서 갈 것을

파도가 아니면 뛰어서 갈 것을


생애 끝자락의 황금빛 억새는

생명의 씨앗 한톨 바람에 실려 보낸다.


응회환이란 땅속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차가운 바다에서 폭발하면서 나온

화산재들이 완만하게 쌓인 화산체이다.


송악산의 응회환은 

해수에 의해 풍화 침식되어 

화산체의 단면이 노출되어 있으며

지질학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2,8km의 송악산 둘레길을 모두 걷고 나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다 본다.

보는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일까?

아니면 기분이 좋아서일까?


생각보다는 걸었던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송악산 부근 유원지 개발사업을 둘러싼

환경훼손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먼훗날 이 곳을 다시 찾아 걸을때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오늘 느꼇던 이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오롯이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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