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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알자/제주 풍습 설화

[제주풍습] 신구간 - 세입자의 설움

제주도 풍습에는 신구간이라는게 있다.
이게 뭐냐하면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로 신들이 임무 교대하러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다.

제주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수많은 토속신들이 있는데 그 수가 1만8천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그래서 제주를 "신들의 고향""신들의 나라"라고 부르곤 한다.


△탐라국 입춘굿에 등장한 농경의 여신 자청비(출처 : 연합뉴스)

생명의 신 "삼승할망", 사랑과 농경의 신 "자청비" 바다와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등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신들이 있다.

△정지(부엌)과 돗통시(변소)

 

그리고 집집마다 집안을 지키는 가신이 있는데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 장독대의 장맛을 좋게하는 철륭신, 부엌에 조왕신, 뒷간신 등 많은 신들이 집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산과 바다, 마을, 가정 등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이 구간을 신구간이라고 하는데 이때 신들은 지난 한해동안 있었던 일들을 천지왕에게 보고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24절기의 하나인 대한 이후 5일째부터 입춘 전 3일까지, 그러니까 2017년은 1월25일부터 2월1일까지가 신구간이다. 

△이사짐 구르마 운반 (출처 : 디지탈제주시문화대전)

 

제주 사람들은 평소 가구 하나를 옮기거나 집안 수리를 하려고 해도 가정을 지키는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 함부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신구간에는 지상을 감시하는 모든 신이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사하거나 수리를 해도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사하는 풍습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신구간 이사풍습 (출처 : 연합뉴스)


신구간에 세입자들은 이사하는게 당연시 되어 형편에 맞는 새로운 집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았으리라..

물론 내 기억에 우리집도 이사를 수없이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신구간만 되면 이사 예약이 한꺼번에 몰려 이삿짐센타가 이기간이 대목을 봤는데 요즘은 신구간에 관계없이 직장 인사발령이나 아파트 입주기간에 맞춰서 이사를 하기때문에 이전처럼 큰 대목을 보지는 못하는것 같다. 


이처럼 신구간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에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우선 이 기간이 농한기라 일손이 한가할때 집수리도 하고 이사도 해야 바쁜 농사일도 할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세균 번식이 정지되는 5도 이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기간이라 이 기간에 이사하거나 집이나 변소를 개량해야 세균 감염등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지혜에서 비롯됬다는 설도 있다.


요즘은 사라져가고 있는 제주 풍습 신구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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