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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알자/제주 풍습 설화

[제주풍습] 결혼 - 가문잔치

오늘은 토요일
기상청 예보대로 비가 제법 온다.
오늘 일정은 표선면에 잔치 먹으러 가야할 일정이 있어서 점심때 맞춰서 집을 나섰다.

결혼식은 내일이다.
제주도에서는 이렇게 하루 전날 잔치를 하는 집안이 아직도 더러 있다.
가문잔치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3일 동안 잔치를 벌였었다.
이틀전에는 도새기(돼지) 잡는 날로 동네 사람들이 잔치날 쓸 돼지 잡고 그날부터 돼지고기에 술 한잔씩 하고 윷도 놀기 시작한다.

하루 전날은 일가 친척들과 친구, 가까운 친지 분들이 축하해주러 와서 술도 한잔하고 놀다 가기도 한다.
육지에서는 전날에 신랑 친구들이 신부집에 함팔러 가서 용돈도 받고 대접도 융숭하게 잘받고 했지만 제주에서는 오히려 돈을 뜯기고 온다.
전날 신랑친구들이 신부집에 가면 신부 친구들이 선물을 준비한다. 껌이나 담배, 양말 이 정도 선물이다. 신랑 친구들은 미리 봉투 여러장에 돈을 나눠 담고 신체 곳곳에 숨겨둔다. 짖궂은 사람은 팬티속에 숨겨두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신부친구들이 거의 몸수색하듯이 돈을 압수해간다. 이때가 너무 재밌고 서로 거리감도 없어지고 이러다가 서로 눈 맞아서 결혼하는 사람도 생긴다. ㅋ
그리고 신부집에서 음식 준비해주는 아줌마들에게도 음식값 뜯기고 온다.
이 돈은 신랑이 부신랑에게 돈을 맡겨서 부신랑이 대신 집행해준다.
제주에서는 친한 친구들중에 부신랑, 부신부를 임명해서 결혼식과 관련된 일을 거의 메니저 수준으로 도와준다.

그럼 함은 신부집에 언제 보내지?
결혼식 새벽에 신랑 집안 대표 5~6 명정도 (이분들을 '우시'라고 한다)와 신랑 아버지가 함께 신부 아버지께 함을 전달하고 양가 우시들끼리 같이 식사를 하고 신랑.신부 친구들끼리도 함께 식사 후 예식장으로 출발한다.

결혼식이 끝나면 이번엔 신부 집안대표 분들이 신랑 집안에서 준비한 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며 상견례를 한다.
신랑.신부 친구들도 신랑측 식당이나 집에서 또 식사를 같이하고 야외에서 웨딩 촬영하는데 같이 동행한다.
요즘은 사전에 미리 촬영을 마친다.
그리고 하객은 예식시간과 관계없이 수시로 오고가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음식 값도 많이 들어간다.
마치 먹기 위해서 결혼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잔치 먹으러 간다고 예전부터 그랬던거 같다.
아뭏든 신랑신부에게는 정말 힘들고 피곤한 결혼이다.

여기서 내가 갔던 결혼 전날 신랑집 가문잔치 분위기를 잠깐 보겠다.
잔치는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관 옆에 문화센타에서 열렸다.

△ 비가 촉촉히 내리는 토요일이다

△ 주차장이 가득 차서 밖에 길가에 간신히 주차했다.

△ 플랭카드도 걸려있다. ㅋ

△ 한쪽 구석에서 윷판이 벌어졌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돈을 걸기 때문에 판돈이 제법 큰 편이다. 물론 도박으로 잡혀가지 않을 정도..쉿!

△ 신랑 아버지와 인사 나누고 안으로 들어왔다. 마을 부녀회에서 음식만들고 서빙까지 다해준다. 예전엔 잔치집 최고 끗발은 도감(고기 써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고기를 외부에서 주문 배달해서 그런 모습 보기가 힘들다.

△ 반찬 나온 비쥬얼을 보라. 윗 사진에 보이는 회는 히라스이다.

△ 그리고 미역국에 쌀밥, 제주에서는 곤밥이라고 옛날에 잔치가 있으면 곤밥 먹는다고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 제주도 전통음식 중 하나인 빙떡이다. 메밀반죽이고 속은 무우 양념해서 볶은 거다. 어른들은 저거 디게 좋아하는데 요즘 젊은 애들은 맛없다고 잘 안먹더라.

△ 이동네 순대는 정말 맛있고 유명하다. 옛날 방식대로 시골틱하게 만든거다.

△ 신랑 아버지가 많이 먹으라며 고기수육과 순대를 접시 가득 갔다 주신다.

△ 배불리 먹고 나왔다.
제주에서는 축의금 함이 따로 없다.
자신이 부주할 사람에게 직접 주면된다.
만약에 당신 직장 동료가 결혼한다면 그 동료에게 직접 줘야된다. 축의금 함이 없다고 신랑 아버지에게 주면 그 돈은 아버지 것이 된다.
이건 상가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절하면서 조의금함에 봉투를 넣어버리면 그 돈은 공통 경비가 되어버린다.
자기가 지금껏 뿌린만큼 거둬들이는거다
그렇게 부주하면 답례품을 준다. 보통은 쌀이나 커피, 떡 등을 주는데 요즘은 상품권(5천원정도)으로 많이 준다.

지금까지 제주도 결혼풍습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는데 관심있는 사람은 읽어 보시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두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결혼식 시간에 반드시 맞춰서 가지 않고 편한 시간에 가면 된다.
(단, 친구나 가까운 친척등 식후 사진에 찍혀야 될 일이 있는 사람은 예외)

둘째 부주는 반드시 부주할 당사자에게 직접줘야 한다.
(어떤 이는 신랑 체면에 어떻게 돈봉투 들고 왔다갔다 하겠냐고 걱정하시는데 돈 줘봐라 다 알아서 보관 잘만 한다)

요즘은 이런 풍습이 거의 없어지고 많이 간소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육지부에 비해서 복잡하고 힘든 부분이 많은것 같다.
평생 한번인 결혼식, 부모님과 친척 및 친구 친지들에게 우리 잘 살겠다고 선언하고 또 하객들은 축하해주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해주는 절차이며 평생을     기념일로 기억해야 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날이다.
이날이 고통스러운 날이 아니라 정말 즐거운 잔칫날이 되고 의미 있는 날이 되기 위해서는 간소화될 부분은 간소화시키고 개선할 부분은 시대에 맞게 더욱 발전시켜 제주도만의 아름다운 풍습으로 계승되기를 바라면서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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