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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즐기기/문화 관광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 "내가 본 이어도"를 찾아서..

김영갑의 "내가 본 이어도"를 찾아서


내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 찾았을 때는 사진에 관심이 없이 남이 가니까 그냥 따라간 것이고 이번에 갔을 때는 사진을 1년 정도 조금 배우다보니김영갑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와이프와 일부러 시간내서 찾아간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예전에 폐교되었던 삼달초등학교 분교를 임대하여 갤러리로 직접 꾸민 것이다.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3년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2001년에 갤러리를 만들기 시작하여 2002년에 갤러리를 개관하였다.


병으로 출사 나갈 힘조차 버거운 상태에서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중산간 지역의 폐교된 시골 학교를 꾸며 갤러리로 만든 것은 죽기 전에 그동안 찍었던 작품들을 꺼내어 보고 전시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입구로 들어서자 바로 나타나는 카메라를 둘러맨 돌하르방이 나타난다.


마치 사진을 찍다 굳어서 돌이 되어 버린듯

수호신처럼 자신의 갤러리 방향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고 그의 얼굴엔 따스한 햇살이 비친다.


그는 갤러리 정원을 작은 제주도로 꾸미고 싶어했으며 건강을 돌보는 대신 이 정원을 꾸미는데 정성을 쏟으며 70kg이었던 몸무게가 47kg으로 살이 빠지게 된다.


갤러리 입장하기 전에 정원을 한번 둘러본다.


제주의 돌을 조합시켜 형상을 만들었나보다.

가운데가 아빠, 좌측은 엄마, 우측이 딸인 것처럼 보인다

그들 위를 가려주고 있는 소나무는 집이고 앞에 놓인 돌은 엄마 아빠가 쓰는 안방, 맨 우측은 딸이 쓰는 방


김영갑 작가는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와 결혼했다고 해야할까..

제주도는 그의 집이고 제주의 오름과 바람 그리고 그가 찍어낸 모든 사진은 그의 아들이고 딸이었으리라.


그가 제주에 온 처음 2년은 동자석에 집중했다.


제주의 동자석은 죽은 사람을 위한 살아있는 사람의 지극한 정성의 징표이며 무속신앙 등과 융합되어 제주인들의 심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제주 사람들의 마음에는 죽음 저편에 이어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제주 사람의 그런 꿈을 찍고 싶었을 것이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해도 나(제주)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먼저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이어도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가 28살 되던 1985년에 홀로 제주에 정착한 후 20년간 그는 제주의 중산간에 반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수 없었던 색깔과 소리들, 오름만이 갖고 있었던 선, 형태 들


그는 중산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것은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나는 중산간을 떠나지 못한다."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제주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태풍이 불어도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는 제주 사람의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지라...


갤러리 안의 그의 작업실은 지금은 주인이 없는채 비워져 있다.


그는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만큼 근육이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이 곳에서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며 20년간 찾아다니던 이어도를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살아생전 18회의 사진전을 열었다.


마지막 사진전은 2005년 3월24일 ~ 4월4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렸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의 사진전은 서울의 후원자 들에 의해 그가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그해 5월29일 그는 숨을 거두었다.

48세의 생애 중 제주에서 보낸 세월 20년을 제주의 중산간과 오름을 사랑한 김영갑

그는 제주의 바람이 되어 그가 꿈꾸던 이어도를 향해 떠난 것이다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 김 영 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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